제18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1교시(A형) — 통사론과 의미론이 눈에 띄게 까다로워진 이유
이번 회차 문제지를 처음 훑었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예전보다 문장 하나하나를 더 오래 붙들고 있어야겠구나." 실제로 제18회 1교시는 사동문, 부정문, 관형사절, 양태 표현처럼 문장 구조를 여러 겹으로 뜯어봐야 풀리는 문항이 유독 많습니다. 단순히 규칙 하나를 아는지 묻는 게 아니라, 그 규칙이 여러 예문에 걸쳐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동시에 판단하게 만드는 식이죠. 이번 글에서는 2023년에 치러진 제18회 시험 1교시 A형을 놓고, 한국어학과 일반언어학 영역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사고력을 요구하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출제 범위 훑어보기
1교시 앞부분은 여전히 한국어학입니다. 통사론, 음운론, 형태론이 초반부를 채우고 중반 이후로는 어휘 의미론과 화용론, 그리고 중세국어 원문 해석까지 이어집니다. 후반부 일반언어학 및 응용언어학에서는 언어학 하위 분야의 정의, 음성학 기초 개념, 언어습득 이론가들의 주장, 실어증과 뇌 기능, 언어 정책, 코퍼스 연구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 문제 안에 여러 예문을 동시에 던져놓고 비교하게 만드는 방식이 두드러집니다.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흐름
몇 회차를 나란히 놓고 보면 확실히 짚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통사론에서는 관형사절의 종류, 사동문과 피동문의 형성 조건, 부정문의 중의성처럼 하나의 문법 현상 안에 여러 예외 조건이 숨어 있는 주제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예문 네 개를 나란히 두고 그중 성격이 다른 하나를 골라내는 방식이 특히 자주 보입니다.
음운론에서는 겹받침의 표준 발음처럼 표기와 발음이 어긋나는 지점을 정확히 아는지가 핵심입니다. 예외적으로 발음되는 단어들이 꼭 하나씩 섞여 있어서, 규칙만 외운 사람은 오히려 걸려 넘어지기 쉽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반언어학에서는 언어습득 이론가들의 입장(스키너, 촘스키, 피아제, 비고츠키)을 서로 대비시키는 문제, 그리고 실어증처럼 뇌의 특정 부위 손상과 언어 능력의 관계를 다루는 신경언어학적 주제가 눈에 띕니다. 이름과 이론을 단순히 짝짓는 수준을 넘어, 그 이론들이 서로 어떤 입장 차이를 보이는지까지 알아야 풀리는 구조입니다.
이 시험이 진짜로 확인하고 싶은 것
문장 구조를 겹겹이 분석하게 만드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국어 교사는 학습자가 "왜 이 문장은 되고 저 문장은 안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즉석에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을 안다고 끝이 아니라, 그 규칙의 예외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라는 뜻이겠죠. 언어습득 이론가들을 대비시켜 묻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교실에서 학습자의 오류를 보고 그게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인지, 모국어의 간섭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판단하려면 여러 이론의 관점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전 문제로 보기 — 겹받침, 어디로 소리 나는가
한국어학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겹받침의 표준 발음입니다. 실제 출제와 비슷한 결로 예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다음 중 두 단어의 겹받침이 모두 /ㄹ/ 소리로 발음되는 것은?
① 여덟, 넓죽하다 ② 짧다, 훑다
③ 넓다, 읽다 ④ 밟다, 읊다
정답은 ②번입니다. '짧다'는 [짤따]로, '훑다'는 [훌따]로 발음되어 둘 다 겹받침 중 뒤 자음이 탈락하고 앞의 /ㄹ/만 남습니다. 이 두 단어는 겹받침 발음의 일반적인 규칙, 즉 자음 앞에서 겹받침의 두 소리 중 하나가 탈락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따르는 예입니다.
①번의 '넓죽하다'는 예외적으로 [넙쭈카다]처럼 뒤 자음 /ㅂ/이 살아남는 단어라서 '여덟'과 짝이 맞지 않습니다. ④번의 '밟다' 역시 흔히 겹받침 'ㄼ'은 /ㄹ/로 소리 난다고 알고 있지만, 이 단어만큼은 예외적으로 [밥따]처럼 /ㅂ/으로 발음되어 '읊다'와 같은 소리 계열로 묶입니다. ③번은 '넓다'는 /ㄹ/로 나지만 '읽다'는 단독으로 쓰일 때 [익따]처럼 /ㄱ/으로 나기 때문에 짝이 맞지 않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겹받침 규칙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보다, 예외로 분류되는 몇몇 단어(밟다, 넓죽하다 등)를 따로 기억해두었는지를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실전 문제로 보기 — 말을 잃는다는 것, 어디가 다친 걸까
일반언어학에서는 뇌와 언어의 관계를 다루는 신경언어학적 개념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실어증 유형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실어증의 유형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브로카 실어증 환자는 대체로 말을 이해하는 능력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발화 산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②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는 유창하게 말하는 듯 보이지만 내용이 뒤죽박죽이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③ 전도 실어증 환자는 이해와 자발적 발화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④ 실어증은 언어 습득 이후 발생하는 손상과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언어 능력 자체가 결여된 상태를 가리킨다.
정답은 ④번입니다. 실어증은 정의상 이미 언어를 습득한 사람이 뇌졸중이나 외상 등으로 특정 뇌 부위에 손상을 입어 후천적으로 언어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언어 능력 자체가 없는 상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 ④번은 실어증의 정의 자체를 잘못 서술한 오답입니다.
①, ②, ③번은 각각 브로카, 베르니케, 전도 실어증의 실제 임상적 특징과 일치합니다. 브로카 실어증은 이해는 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비유창성이 특징이고, 베르니케 실어증은 반대로 말은 유창하게 쏟아내지만 의미가 통하지 않으며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도 실어증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반복이나 따라 말하기에서 두드러진 어려움을 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이 문제는 세 가지 실어증 유형의 이해력과 발화력이라는 두 축을 각각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지가 관건입니다.
영역별로 챙겨둘 개념
통사론에서는 관형사절의 유형 구분, 사동문과 피동문의 형성 제약, 부정문의 중의성 해소 방식, 서술어 자릿수를 큰 축으로 잡으면 됩니다. 음운론에서는 겹받침 발음의 원칙과 예외 단어, 경음화가 일어나는 여러 조건, 음운 변동이 겹쳐 적용되는 단어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휘·의미론에서는 완곡어법, 환유와 동음이의어의 구분, 반의어의 유형, 의미 성분 분석의 잉여 성분 개념을 익혀두시면 됩니다.
일반언어학에서는 언어습득 이론가별 핵심 주장의 차이, 실어증을 비롯한 신경언어학의 기본 개념, 프레터의 문법 난이도 위계, 언어 계획의 네 가지 유형(지위·자료·습득·교육 계획)을 한 세트로 정리해두면 든든합니다.
이렇게 공부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참고용 예시)
다음 방법은 여러 수험 후기에서 자주 보이는 사례를 예시로 모아본 것이며, 사람마다 잘 맞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 정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 겹받침 발음처럼 예외가 있는 규칙은 예외 단어만 따로 모아 별도 목록으로 만들고 반복해서 눈에 익혔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 언어습득 이론가들은 이름-핵심 주장-반대 입장을 한 줄로 요약한 카드를 만들어 넘겨보는 방식으로 정리했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 실어증처럼 생소한 신경언어학 용어는 이해력과 발화력이라는 두 기준으로 표를 만들어 각 유형을 배치해보는 방식이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회차는 어떤 방향으로 갈까
최근 흐름을 보면 통사론과 의미론에서 여러 예문을 동시에 비교하게 만드는 유형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나의 정의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정의가 적용되는 경계와 예외까지 정확히 구분해야 풀리는 문제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언어학에서는 이론가들의 입장을 단순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언어 현상이나 학습자 사례에 그 이론을 적용해보게 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개념을 배울 때마다 예외 사례나 반박 사례를 함께 찾아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앞으로의 시험에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것들
문장 구조 분석 문제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한 번에 모든 예외를 외우려 하지 말고, 먼저 기본 규칙 하나를 확실히 익힌 뒤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예외 단어나 문장을 하나씩 추가해가는 방식을 권합니다. 예외는 결국 몇 개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 규칙만 탄탄하면 예외를 얹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언어습득 이론가들이 너무 많아서 헷갈립니다.
이론가별 주장을 따로 외우기보다, '선천적이다 vs 후천적이다', '개인 내적이다 vs 사회적 상호작용이다'처럼 큰 축을 두 개 정도 세워두고 그 축 위에 각 이론가를 배치해보면 훨씬 정리가 잘 됩니다.
실어증 같은 신경언어학 용어는 얼마나 깊이 공부해야 하나요?
세부적인 뇌 부위 명칭까지 파고들 필요는 없고, 각 유형이 이해력과 발화력 중 어느 쪽에 더 문제를 보이는지 정도만 정확히 구분해도 시험에서 다루는 수준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중세국어 원문 문제는 매번 나오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원문 전체를 해석하려 하기보다, 자주 등장하는 높임법 표지, 조사, 어미의 형태를 먼저 익히고 그것들이 원문 속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지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