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2교시(A형), 3년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

같은 시험이라도 몇 년 지나고 다시 보면 은근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치러진 제17회 시험 2교시를 살펴보면서 든 첫 인상이 그랬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오빠, 치맥, 먹방 같은 단어가 실렸다는 이야기가 문제로 나오고, 소설 <파친코>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 등장하죠. 반면 교육론 쪽은 2020년에 개정된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성취 기준을 묻는 문항이 새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이 시험은 고정된 지식만 반복 출제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점의 한국 사회와 학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험지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

앞부분 20문항은 한국문화입니다. 역사 인물의 업적, 전통 혼례와 복식, 세시풍속, 민속놀이, 무형문화재, 신화와 설화, 고전문학과 근현대 문학, 영화까지 다루는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뒷부분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인데, 여기서는 교원 자격 제도부터 시작해 교육과정 설계 이론, 발음·말하기·듣기·읽기·쓰기·어휘·문법 영역별 지도법, 평가 이론, 교재론, 문화교육론, 번역까지 정말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한 문항은 실제 수업 지도안을 짧게 서술하는 형태로 마무리됩니다.

자주 눈에 띄는 유형들

몇 가지 패턴이 반복해서 보입니다.

한국문화에서는 두 항목을 짝짓는 문제, 즉 인물과 업적, 작품과 등장인물, 지역과 신화, 작가와 작품을 서로 연결시키는 유형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뉴스나 대중문화에서 화제가 된 소재(옥스퍼드 사전 등재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작품, 최근 개봉작)를 슬쩍 끼워 넣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한국어교육론에서는 이론의 세부 절차를 순서대로 배열하게 하는 문제, 그리고 실제 수업 대화나 활동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판단을 내리게 하는 문제가 특히 많아졌습니다. PPP 모형의 단계, 쓰기 수업의 진행 순서, 듣기 전-중-후 활동의 배치처럼, 이론을 아는 것과 그 이론을 실제 수업 흐름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걸 시험이 계속 확인하려는 듯합니다.

왜 이런 식으로 묻는 걸까

한국문화를 짝짓기 형태로 묻는 이유는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회차를 보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학습자는 교실 밖에서 한국 대중문화나 사회 현상을 접하고 궁금한 걸 그대로 들고 옵니다. "치맥이 영어사전에도 실렸다면서요?"라는 질문에 교사가 머뭇거리면 신뢰가 흔들리겠죠. 교육론에서 절차와 실제 수업 장면을 반복해서 묻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PPP 모형이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걸 외우는 것과, 실제로 그 세 단계에 맞춰 20분짜리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마지막 서술형 문항이 매 회차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결국 이 지점, 즉 이론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장치입니다.

실전 문제로 보기 — 윷놀이 말의 크기와 걸음 수

한국문화 영역에서는 전통 민속놀이의 세부 규칙을 묻는 문제가 꾸준히 나옵니다. 실제 출제와 비슷한 결로 예시를 하나 만들어보겠습니다.

윷놀이에서 윷가락을 던져 나온 결과와 그에 해당하는 동물, 걸음 수의 연결로 옳은 것은?
① 도 - 말, 다섯 걸음 ② 개 - 개, 두 걸음
③ 걸 - 소, 세 걸음 ④ 모 - 양, 네 걸음

정답은 ②번입니다. 윷놀이의 전통적인 대응 관계는 도는 돼지 한 걸음, 개는 개 두 걸음, 걸은 양 세 걸음, 윷은 소 네 걸음, 모는 말 다섯 걸음으로 이어집니다. 동물의 크기가 커질수록 걸음 수도 늘어나는 구조인데, 이는 실제로 가축의 몸집과 걸음 속도를 빗댄 옛사람들의 발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흔히 설명됩니다.

①번은 도에 해당하는 동물과 걸음 수를 모(다섯 걸음, 말)의 것과 바꿔치기한 오답이고, ③번과 ④번 역시 걸과 모에 해당하는 동물을 서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이렇게 다섯 개의 대응 관계 중 순서를 살짝 섞어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은 민속놀이나 전통 체계를 묻는 문제에서 흔히 쓰이는 함정입니다. 하나씩 따로 외우기보다 도-개-걸-윷-모라는 순서 전체를 동물, 걸음 수와 함께 한 세트로 기억해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실전 문제로 보기 — PPP 모형, 말하기 수업은 어떤 순서로 짜일까

한국어교육론에서는 수업 모형의 단계별 순서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가 자주 나옵니다. PPP 모형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PPP 모형에 따른 말하기 수업의 진행 순서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정확성을 바탕으로 유창성을 신장시키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② 첫 단계에서는 짧은 대화나 예문을 통해 목표 문법을 맥락 안에서 제시한다.
③ 두 번째 단계에서는 목표 문법의 형태와 의미를 익히는 통제된 연습을 제공한다.
④ 세 번째 단계에서는 목표 문법을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유의미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정답은 ①번입니다. PPP는 Presentation, Practice, Production의 앞 글자를 딴 모형으로, 순서상으로는 정확성에서 유창성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 흐름이지만, 이 문항이 뒤집어 놓은 부분은 그 방향입니다. 즉 이 모형은 '유창성을 바탕으로 정확성을 신장'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된 연습으로 정확성을 먼저 다진 뒤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 상황에 가까운 활동을 통해 유창성으로 나아가는 구조입니다. 방향이 거꾸로 서술된 것이 이 문항의 핵심 함정입니다.

②, ③, ④번은 각각 제시, 연습, 생성 단계의 실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처럼 단계별 순서 자체는 맞게 나열해놓고 그 방향성이나 인과관계 하나만 슬쩍 뒤집어 놓는 방식은 절차를 묻는 교육론 문제에서 자주 나타나는 함정이므로, 모형을 외울 때는 각 단계의 이름뿐 아니라 그 진행 방향까지 함께 새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해두면 좋을 개념들

한국문화 쪽에서는 전통 혼례와 복식의 명칭, 세시풍속과 절기, 민속놀이와 무형문화재의 세부 규칙, 서사무가와 지역 신화, 판소리 바탕별 등장인물, 근현대 문학사의 흐름과 대표 작가, 그리고 옥스퍼드 사전 등재어처럼 최근 화제가 된 문화 이슈까지 폭넓게 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교육론 쪽에서는 교원 자격과 관련 기관의 역할, 교육과정 설계 단계, 교수요목의 유형, 언어 기능별 지도 단계와 활동 유형, PPP나 형태초점교수법처럼 이름이 붙은 수업 모형의 순서, 평가 이론의 기본 용어(타당도, 신뢰도, 변별도), 그리고 2020년에 개정된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의 등급별 성취 기준 정도를 핵심 축으로 정리해두면 됩니다.

이렇게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참고용 예시)

다음은 여러 스터디나 후기에서 언급되는 방법을 예시로 모아본 것으로, 사람마다 잘 맞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 민속놀이나 전통 체계처럼 대응 관계가 있는 내용은 표나 그림으로 직접 그려보며 순서 전체를 한 덩어리로 외웠다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 PPP, ESA, TBLT 같은 수업 모형은 이름만 외우지 않고, 실제로 20분짜리 가상 수업안을 스스로 짜보면서 익혔다는 후기가 있었습니다.
  • 표준 교육과정의 등급별 성취 기준은 원문을 그대로 읽기보다, 초급-중급-고급 사이의 차이를 자신의 말로 요약해보는 방식이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나올까

한국문화는 앞으로도 전통 지식과 최신 문화 이슈를 함께 묻는 방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해에 화제가 된 영화나 문학상 수상작, 새로 등재된 문화유산처럼 시의성 있는 소재는 매 회차 한두 문항씩 꾸준히 반영되는 편이니, 시험 직전에는 최근 1~2년간의 문화 이슈를 따로 훑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국어교육론에서는 개정된 표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한 성취 기준 문항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실제 수업 대화나 활동지를 제시하고 그 자리에서 판단하게 만드는 상황형 문제의 비중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이론을 문장으로만 외우기보다 그 이론이 실제 수업에서 어떤 장면으로 나타나는지를 스스로 시뮬레이션해보는 습관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궁금한 점들

한국문화에서 최신 이슈까지 챙기려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지 않나요?
전통 지식을 기본 축으로 삼고, 그 위에 시험 보는 해 기준으로 최근 1~2년 사이 화제가 된 문화 뉴스(수상 소식, 사전 등재, 세계유산 등재 등) 정도만 따로 체크하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뉴스를 다 좇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업 모형의 단계별 순서가 자꾸 헷갈립니다.
이름과 단계만 외우지 말고, 각 단계에서 학습자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한 문장씩 적어보면 순서와 방향이 훨씬 잘 잡힙니다. 특히 정확성에서 유창성으로 가는지, 그 반대인지처럼 방향성이 있는 개념은 항상 별도로 표시해두시길 권합니다.

표준 교육과정의 등급별 성취 기준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초급-중급-고급을 나란히 놓고 같은 언어 기능(듣기, 쓰기 등)이 등급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보면, 개별 문장을 외우지 않아도 등급 간의 차이를 감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서술형 지도안 문항은 감점 없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표 문법의 도입-제시-연습이라는 기본 틀을 몸에 익힌 뒤, 주어진 조건(숙달도, 주제, 시간)에 맞춰 그 틀을 채워 넣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형식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만큼, 여러 번 손으로 써보는 연습이 실전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